2009년 01월 22일
2009년의 시간들
1.
고모부의 부고를 받은게 아마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이였을 것이다.
사업을 하다가 어찌어찌 힘들어져서 10년전 가족들을 두고 멕시코로 사업을 하러 떠나신 고모부.
늘 말씀이 없으시고 다정다감한 분이 아닌지라 고모부와의 추억은 거의 없지만,
지병때문에 사업을 정리하고 작년 12월 29일자로 귀국하시겠다며 잠시 멕시코로 가셨다가 그만 병으로 급사하셨다.
12월 29일날 환영회를 하려던 고모네 식구들은, 그만,
늦게 들어오게 된 유해때문에 주인없는 장례식을 12월 30일에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모부는 작은 상자에 한줌의 유해로 12월 31일 밤 11시 30분 무렵에 장례식장으로 찾아오셨다.
2008년의 끝은 고모와 5촌 형제들의 오열과 곡소리로 마무리 했다.
2009년이 시작되자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 겨우 가라앉혀진 모습을 뒤로 하고 한숨자러 부모님댁으로 갔다.
그리고 2009년 새해를 확인하며 다시 발인 장소를 향해 차를 달렸다.
연말과 새해를 그렇게 보낸 2009년은 아무래도 특별하겠지.
2.
와이프의 오빠, 그러니까 나에겐 처남.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찌했건 나보다 높은 사람.
어찌저찌 복잡하여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지만 늘 잠재력과 기대치가 높아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되는 듯 해보이는 사람.
작년에 데릴사위 비스무레하게 지방으로 내려가더니 결혼할 여자가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어차피 할 결혼, 임신이라면 당연히 축하해야 하고 축복받은 혼수품이라는 것이 대세이지만,
역시 결혼이란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행복하게 둥지를 트는 것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라는 관념이 앞선다.
2008년 1월 4일자로 결혼일자를 결정한게 작년 크리스마스를 1주일 남긴 상태였으니까,
결혼준비는 3주 정도의 시간 정도.
내가 결혼할때 6개월 동안 고생고생하며 치뤄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3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넉넉치 못한 양가의 살림살이들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곤란한 문제가 아니였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결혼 준비. 이래저래 논란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1월 4일의 결혼식은 무사히 잘 치뤄졌다.
고모부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나는 1월 1일은 계속 잘 수 밖에 없었고 1월 2일 부터는 잔치 지원 모드로 변신하여,
장모님을 모시고 이리저리 다니고, 처가의 손님맞이를 하고, 결혼식장에서는 부주키(접수)를 담당하고, 또 어른들의 뒷풀이에서 손님맞이를 하고, 그렇게 3일을 보냈다.
정확히 애사 3일 경사 3일 도합 6일을 치루니 내 넋은 안드로메다에 서너번 왕복한 상태.
3.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름만 대면 대충 아는 사람은 다 아는 M&A의 떠오르는 별인 회사다.
입사할때는 존재감 없는 중소기업이였는데 한해를 거듭하면서 커지고 커지기를 반복하더니,
지금은 재계 서열을 운운할 정도로 큰 회사가 되버렸다.
성공적인 몇건의 M&A를 통해 승승장구 하더니 2008년에 직격탄을 맞고 휘청휘청.
회사가 힘들어져서 2008년 하반기에는 왜 출근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한가하게 회사에 다녔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것에 감사하며, 거의 5개월 동안 회사에서 블로그 하고 책 읽고 개인 공부하고.
심지어는 오전, 오후 2번씩 산책이라는 것도 해주고,
가끔 서점에 가서 신간서적을 조사하고오는 짓도 하며 살았다.
6일간 애경사를 모두 치루느라 이래저래 연차를 썼더니 회사에 7일만에 출근했다.
2009년 1월 5일.
새해의 첫 출근. 새로운 마음으로 알차게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2009년의 첫 점심을 동료들과 맛있게 먹고
오후 2시 무렵
예상대로 나는
회사에서 정리되었다.
4.
1월 5일 이후 보름이 약간 넘게 지났다.
남은 회사 동료들에게 술도 얻어 먹고 아버지 생신이다 뭐다 해서 고향에 갔다 오고 와이프와 쇼핑도 하고 짐정리 하러 회사에도 몇번 들르고 나름대로 분주하게 보냈다.
1월 22일이 되었다.
나는 Blur와 Suede의 베스트 앨범을 들으며 서울대 교정을 걸으며 싸구려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는 관악구립도서관에 들러 정말 오랜만에 그러니까 한 7년 만에,
다시 나로 돌아왔다.
5.
곧 음력으로 2009년이 시작된다.
두근두근 거리는 삶이 시작된다.
# by | 2009/01/22 23:16 | 생활의 순간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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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는 뭐라 말씀을 드려야하는 건지... 항상 어렵네요..;;;
주제넘는 소리가 될까봐 함부로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응원하겠습니다!!!
누구보다 멋진 2009년을 만드실 거라 믿습니다!
인생의 선배님으로서 멋진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_^
아무튼 응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인생의 선배님이라뇨, 어흑 부끄럽습니다. 나이만 쪼끔 제가 더 있는거 같은데, 나이가 부끄러울 만큼 대충살고 있는 건달 인생인지라, 화들짝 놀라며 치열하게 살아야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