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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당신은 진심입니까?

가끔은 정말이지 세상 그 무엇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일기를 쓸라치면, 나의 이 현재가, 즉, 나의 삶이 도무지 언어로 기록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행복한 건지, 불행한 건지,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운 것인지 짜증나는 건지. 외롭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사랑의 감정 또한 모호할 정도로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를 설명하기 어려울 때, 이 삶이 모국어가 아닌 전부 외국어 같을 때, 이 답답한 현실이 설명되지 않는다.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지붕에 후두둑 내리는 빗방울 처럼 난해함이 엄습한 것이다. 의지와 관계없이 지붕에서 후두둑 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배워야 하고 학습해야 하고 익혀야 하고 훈련받아야 하고, 끝없이 세상은 새로운 것을 배우라고 한다. 장마철의 빗소리 처럼 말이다.

더듬거리 듯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말해본다. 오늘은 내구 누구인지, 사망한 사람은 무엇으로 부르는지, 새, 구름, 소년 같은 단어들을 소리내어 말해보고, 진심, 진심, 진심이라고 매일 반복해서 주장해본다. 나는 누구와도 소통되지 않는다. 외로움은 한참 후에나 깨닫게 될 것이다.

죽은 자는 과거에 멈추었으므로, 오히려 진실될 것이라는 모순. 미래로 가는 시간은 소통되지 않는 진심으로 가득한 외로운 터널이다.



오늘은 당신의 진심입니까?
                                       - 이 장 욱


외국어는 지붕과 함께 배운다.
빗방울처럼.
정교하게.
오늘은 내가 누구입니까?
사망한 사람은 무엇으로 부릅니까?
비가 내리면

낯선 입모양으로 지낸다.
당신은 언제 스스로일까요?
부디 당신의 영혼을 말해주십시오.
지붕은 새와 구름과 의문문
그리고 소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누구든 외롭다는 말은 나중에 배운다.
시신으로서.
사전도 없이.
당신은 마침내 입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매우 반복합니다.

지붕이 빗방울들을 하나하나 깨닫듯이
진심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지금 발음한다.
모국어가 없이 태어난 사람의
타오르는 입술로.

나는 시체의 진심에 몰두할 때가 있다.
이상한 입모양을 하고 있다.

                         -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by djccuri | 2015/12/26 17:38 | 詩를 읽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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